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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워킹맘의 육아 기록&소통

어쩌다 아들셋 맘_ep.3. 내 생에 유일한 산후조리원 생활

by 쭈별쭈별 2024. 2. 18.

산후조리원, 가야할까?

첫째와 둘째를 자연주의출산으로 낳고서, 나는 산후조리원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일단 너무 비쌌고, 2주 정도의 시간을 갇혀있을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자연주의출산은 회복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서(?), 집에서의 몸조리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나의 경우는 친정엄마도 가까이 있고, 육아도 집안일도 나보다 더 잘 해내는 멋진 남편이 있어서, 집에서 좀 늑장을 부리고 쉬는것에는 큰 마음의 부담이 없었던 것도 있다. 

 

내 나이 마흔 하나에 이루어질 세번째 출산을 앞두고 주위의 걱정을 매일같이 들으며, 나 스스로도 내 건강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앞의 두 출산과 다른건, 내 나이가 많아졌다는 것과 나에게는 꾸러기 두 아들이 쉴새 없이 움직일 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출산이라며, 산후조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였는데, 어떻게 하는 산후조리가 잘하는것인가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다.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니 역시 참.. 비싸다. 

저출산 대책으로 정부에서 주어주는 돈을 산후조리원비로 쓸까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 아들에게 엄마가 동생을 낳고서 열밤정도 다른데서 쉬고와도 되냐고 물었을때, 우리 아들의 답은 '절.대.안.돼' 였다. 

 

첫째 둘째 동반 가능한 산후조리원_목동굿맘산후조리원

막연하게 산후조리원 검색을 하다가, 혹시 아이들 동반이 가능한 곳이 있는지를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찾은 곳은 퀸즈마리산후조리원이었고,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거리 내에서 유일하게 자녀 동반이 가능했다. 

조리원 비용은 알아본 곳 중 낮은 편이었다. 

조리원 상담을 위해 방문을 했을때, 원장님과 몇마디 대화를 하고서는 별 걱정 없이 예약을 했다. 

출산과 가족에 대한 원장님의 철학이 느껴져셔, 다른 걱정을 할 필요가 별로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중요한건 아이들이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신생아를 돌보며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고, 그 모든 것이 가능한 조리원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와 떨어지는건 절대 안된다던 아들에게도 언제든 함께하고 같이 잠도 잘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으로 안심을 시켜줄 수 있었다. 

 

출산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퀸즈마리산후조리원이 문을 닫게 되어,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다른 조리원인 목동굿맘산후조리원으로 예약 이관이 되었다. 

같은 원장님이 운영하는 곳이고, 퀸즈마리와 같은 조건으로 입실하기로 안내를 받았다. 

 

출산 후 입실한 목동굿맘조리원. 아이 동반이 가능한 산후조리원이라, 둘째 셋째 엄마가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공용공간에서 노는 모습이 나는 좋았다. 셋째 엄마이니까ㅎ

우리 아이들이 와서 놀때면 조용히 놀으라고 주의를 주긴 했지만, 눈치 안보고 들어와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동반한 첫째 둘째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용공간, 장난감도 있고 책도 있다.

 

소수정예 신생아케어의 장점

출산을 하고서야 이관된 굿맘산후조리원에 첫 방문을 하게 되었다.

깔끔하고 정갈한 시설에,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와~ 좋은데?' 라고 남편과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관 후에 한번 와본다는게 참 쉽지 않아서 좀 걱정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었구나 싶었다.

내가 묵고있는 목동굿맘조리원 2호실 실내

 

퀸즈마리와 다른 굿맘산후조리원의 또 다른 장점은 최대 8명 이내로 소수의 산모와 아이만 케어한다는 것이었다. 

신생아실에 두 분의 선생님이 상주하시는데, 소수정예라 해도 아이들마다 돌아가며 쉴새 없이 아이들을 케어하신다. 

한명한명 아가들 이름과 상황을 기억하고 대응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소수정예라 가능한 돌봄이구나 싶었다.

내가 조리원을 선택할때 알았던 조건이 아니지만, 여기에 와서 생활하며 가장 마음이 놓이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예약을 미리 해야만 입실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나중에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본적도 없는 내가, 여기 이곳에 오게 된건 참 감사할 일이다. ^^

 

마법같은 산후마사지

첫째와 둘째 출산 후에, 집에서 회복시간을 갖으며 출장 산후마사지의 도움을 받았다. 

산모의 몸이라 출산 직후에 마사지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일주일 정도 후부터 한주에 두번씩 마사지를 받으며 회복을 도왔다. 

그때까지는 그것도 참 좋구나 했다. 

 

산후조리원 입실을 하며 궁금했던건, 출산 후 바로 마사지를 하는가 였다. 

답은, 산후조리원에서는 바로 마사지를 한다. 출산 다음 날 입실을 했는데, 그 다음 날 마사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동안 거의 매일 마사지를 받는 스케줄인데, 이게 참 효과가 크다는걸 알게 되었다. 

매일 나의 컨디션에 맞추어 매일 내 몸을 풀어주는 것이 이렇게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 

마사지실장님의 손기술이 좋은 것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매일 내 컨디션에 맞추어 주는 힘이 큰 것 같다. 

입실 11일차이고, 열번으로 계약한 마사지 중 8번을 진행한 지금의 나는 몸무게도 많이 빠지고, 붓기도 가라앉고, 산후 배도 많이 들어갔다. 

매일 가슴관리도 해주시니, 계획했던 초유수유와 바로 이어진 단유 스케줄도 잘 진행되고 있다. 

 

공감의 힘

세 번의 출산을 겪으며, 여자의 출산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건 주위의 공감과 지지라는 생각을 한다. 

가족, 특히 남편의 지지가 정말 중요하며, 함께하는 가족 구성원이 큰 힘이 된다.

출산을 함께하는 동반자의 도움은 그 가치로움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이 곳 산후조리원에서 또한 출산을 겪은 선배 또는 같은 여성들이 함께하며 끊임없이 공감하고 지지를 해주신다. 

여기서 만나는 모든 분들과 나누는 말 한마디, 보내는 눈 빛, 손 길. 이 모든 것이 치유와 회복을 돕는다는 느낌이다. 

나는 이 곳에서 행복한 출산의 경험을 잘 마무리하는 중이다. 

 

내 삶에서 유일한 산후조리원 경험

비교할 곳이 없고, 비교 같은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말은 하기 어렵다. 

말도 안되게 비싼 산후조리원들이 얼마나 훌륭한 시설에서 얼마나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지 못하니, 여기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없다. 

있어본 내 느낌에 충실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곳에서 받은 치유의 기운이 좋다. 

따듯하고 친절한 배려에 감사하고, 매일 챙겨주시는 너무 맛있는 밥과 간식, 청소와 빨래, 아기 케어, 마사지에 충분히 감동하고 있다. 

먼저 태어난 아이와 신생아를 함께 돌보는 이곳의 산모들에게 공감하며,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을 한 곳에 두고, 그들을 너무 잘 보살피고 위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함께 둔 곳.

좌욕기, 골반교정기, 파라핀 찜질기, 반신욕기, 안마의자 등등 필요하면 언제든 나를 돌 볼 수 있는 장비들을 챙겨둔 곳.

나의 출산을 충분히 곱씹어보고, 나의 변화된 삶을 천천히 받아들일 여유가 허락된 장소와 시간. 

내가 느낀 산후조리원이라는 곳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