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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워킹맘의 육아 기록&소통

어쩌다 아들 셋 맘_ep.2. 나의 세번째 자연주의출산은 가정출산

by 쭈별쭈별 2024. 2. 18.

셋째, 자연스럽게 자연주의출산

첫째랑 둘째를 자연주의출산을 했다. 

그래서 셋째 임신 후 너무나 당연하게 자연주의출산을 생각했다. 

첫째와 둘째 때 자연주의출산을 함께했던 산부인과 이름이 메디플라워에서 호움으로 바뀌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 곳은 여전히 따듯했다. 

그대로인 정환욱 원장님, 첫째 때부터 만났던 낯익은 얼굴들이 반가웠다. 

다르게 느껴지는건 외국인의 비중이 많이 늘었다는 것. 대기가 짧아졌다는 것. 

 

팀마마스와 가정출산을 계획하다.

안정기가 좀 지나고 출산준비 안내를 받을 즈음 안내 해주시는 선생님이 바뀐 시스템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조산원과 연락해서 산모가 직접 조산사를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것.

저출산과 자연출산기피 흐름속에 조산사 상주 체제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안내와 함께 나에게 툭 던져진 '가정출산'이라는 단어.

둘째를 낳고나서, 남편에게 '이러면 셋째는 집에서 낳아도 되겠다'고 농담처럼 건넨 말이 생각이 났다. 

 

노산이라고 주위에선 걱정어린 말들과 만류가 많았지만, 우리 부부에게 가정출산이라는 주제는 주변의 우려에 비해 무겁지 않았다. 

한두번 정도 위험하진 않을까 상의를 했었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좋겠네. 그래 그렇게 하자' 결정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마마스에 대한 신뢰가 컸다. 

방우리 원장님에 대해서는 이 전에도 들은바가 있었고, 상담하고 소통하며 믿음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팀마마스에서 올려두신 가정출산 영상을 보면서 가정출산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커졌다. 

첫째도 둘째도 아니고, 셋째인데.

무려 세번째 자연주의출산이니 내가 더 잘해낼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도 쉬운 결정에 한몫을 했다. 

우리 가족의 생활공간에서 셋째를 맞이한다면, 그 기쁨과 추억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으로 출산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 

 

출산 동반자

출산이 두달 쯤 앞으로 다가오면서, 담당 조산사님과 더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 팀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얼굴보고 눈맞추며 소통하고, 피부를 맞대고, 나와 뱃속 내 아이를 만져주는 손길에 익숙해지며, 이 분께 의지할 수 있는 믿음이 커지는 과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팀, 동반자, 의지할 전문가, 내 편, 전우..

조산사라는 직업명보다 뭔가 내 느낌을 더 멋지게 전달하고 싶은데, 뭐가 더 멋진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김명주 조산사님은 나에게 전문가이자 멋진 동반자, 전우의 느낌으로 내 옆에 있어 주셨다. 

그 분의 크지 않은 체격과 작은 손에, 나의 만삭이된 커다란 몸을 의지해도 겁나지 않았다. 

 

세번째 횡아 이벤트

첫째도 둘째도 횡아였다. 

구구절절 설명하자면 길지만, 출산을 하기엔 역아보다 더 위험한 포지션 이라고 한다. 

첫째는 정환욱 원장님과 역아회전술로 머리를 아래로 자리잡게 해서 낳았고, 둘째는 역아회전술 하는 날 정상위로 바뀐걸 알고 얼마 후에 낳았다.

그런데 셋째도 횡아였다.

둘째까지의 경험으로 크게 어려운 생각을 안했던 나에게, 정환욱 원장님은 다시 횡아의 위험성을 상기시켜 주셨다.

역아회전술의 위험성도 굳이 꼼꼼히 알려주셨다. 

제일 안전한 출산법을 물으니, 의학적으로는 수술을 하는게 가장 안전하다 하셨다.  

나는 고집스럽게 수술은 하고싶지가 않았다. 

임신 후 모든 순간이 다 조심스럽지만, 셋째의 자세를 알고 출산하는 순간까지 그 시간이 온통 아이의 건강한 출산에 대한 걱정이었다.

응급상황이 오지 않기를, 부디 건강하게 나와주기를.. 

혼자였으면 아마 걱정이 더 컸을 것 같다. 

이 시간을 응원하고 기도하며 나와 함께해주신 김명주 조산사님 덕분에, 나는 나와 아이를 믿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긴 가진통 시간..

둘째 때 가진통에 몇번이나 병원을 오갔던터라, 어지간하면 가진통은 잘 넘겨야겠다는 결심을 아주 미리 해두었었다. 

심상치 않게 느꼈던 첫번째 날('24.01.31), 자궁경부가 5센치 열렸다고 했고, 이슬을 보았고, 밤새 진통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오니 진통도, 진행도 멈추었다. 

사흘 후('24.02.03), 곧 아기가 나온다며, 배냇저고리와 기저귀도 꺼내두고 진통을 견뎌내었는데, 새벽이 되자 진통이 멈추었다. 

아이는 계속 뱃속에서 빙글빙글 돌았지만, 수축이 강해지면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건강한 출산에 대한 걱정은 점점 커졌지만, 이것도 지나간다며 기다려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진통이 약한 날은 남편과 둘이 데이트도 하고, 진통이 세지면 꼼짝도 못하고 집에서 견뎌내야 했던 시간 이었다. 

출산의 느낌까지는 이어지지 못하는 힘든 진통 시간때문에 혼자 울음이 나 버리기도 했다. 

두 번이나 나때문에 밤샘을 함께한 조산사 선생님들께 미안한 마음때문에, 나는 내 손으로 아이를 받겠다는 마음까지 되어 버렸다. ㅎㅎ

 

오늘은 나올 것 같아요!

2024.02.07. 오전 11:03

우리 출산팀 단톡방에 내가 보낸 카톡이 간단하게 남아있다. 

 

어제부터 양수가 좀 새는 느낌이 있었고, 아침부터 오는 수축이 심상치가 않았다. 

오신다는 카톡을 보고, 얼른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니 잠시 진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누워서 조산사 선생님들을 기다리는 동안, 수면마취에 빠지기 직전의 느낌(?)이 몇차례 지나는걸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빛의 색깔과 세상의 소리가 다르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 꿈에 빠질때 느낌? 

나중에 조산사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니, 엔돌핀 때문일거라고 했다. 

두개의 양막 중 하나는 열리고, 하나가 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내 동의 하에, 남은 하나의 양막이 부드럽게 열릴 수 있게 도와주셨다. 

엄청난 양의 양수를 한번 울컥, 두번 울컥 흘려보내고, 한결 배가 가벼워졌다며 잠시 신나기도 했다. 

 

가정출산 성공! ^^

곧 폭풍같은 산통을 느끼게 되었다. 

제정신으로 호흡을 조절할 수 있었던 시간 잠시,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했던 시간, 온몸이 쥐어짜지는 시간.

곧 끝날거야. 죽기밖에 더 하겠어. 이런 마음이 들때 아기의 머리가 나오고, 곧 출산이 끝난다. (2024.02.07. 17:17)

그 급한 와중에 남편과 얘기해서 유치원에 있는 첫째랑 둘째를 집으로 데려오고, 셋째가 나온다며 아이들을 불러모으는 것도 했다. 

우리 집에서 셋째를 맞이하는 상황에,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있었으면 했던 그 순간이 이루어졌다. 

셋째 환영 현수막도 만들고, 우리 집에서 진통과 출산을 겪고, 형아들과 함께 셋째의 출산을 온전히 맞이했다. 

아이들이 이 시간을 오래오래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다섯식구가 되던 날을. 

 

소감을 적자면

나는 자연주의출산을 기꺼이 추천한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함께 내 몸과 내 아이의 움직임으로 아기를 맞이하는 순간의 온전한 기쁨을 가능하다면 느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걱정도 있고, 고통도 분명 있지만, 자연주의출산의 감동과 추억은 늘 아름답게 남는 것 같다. 

 

가정출산도 가능한 상황이라면, 나는 추천하고 싶다. 

우리 가족의 공간에서 새 가족을 맞이하는 특별한 기쁨과 편안함, 시간이 갈 수록 행복으로 충만할 추억을 만들 기회인데, 추천을 안할 수 없다. 

막연한 두려움이 문제라면, 팀마마스를 만나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는 이 시대에, 팀마마스는 아마도 지구를 구하실 분들이다. ^^

 

자연주의출산을 하려고 했다가 못했던 경험담도 주변에서 몇 번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세번의 자연주의출산이 가능했던 내 모든 상황에 더더 감사한다.